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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http://www.ji-eun.com
시와 1집 작업기

시와의 1집을 작업하기로 한 건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꽤 오래전
둘이서 한창 클럽빵에서 공연을 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언니 노래를 들을 때마다
'아아 이렇게 편곡해서 녹음하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이런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항상 해왔고
그런 생각을 말하면 언니는 항상 '그럼 좋겠다!'하는 반응으로
우리는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시와 1집에 대한 얘기를 같이 해왔다.
내가 1집 [지은]을 낸 레이블 사운드니에바에서 앨범을 내기로 하고,
또 내가 앨범의 프로듀서가 되기로 하고 진행한 작업은
어떤 면에서 보면 꽤 순탄했지만 (결과물이 내가 처음에 의도한대로 나왔다는 점에서)
어떤 면에서 보면 꽤나 순탄치 않았다.
그건 당연하다. 원래 앨범을 만드는 과정은 순탄치가 않고,
싱어송라이터가 셀프프로듀스를 하지 않고
프로듀서를 쓰는 경우의 나름의 고충이 있다.
각본가와 배우를 겸하는 사람을 데리고 영화를 찍는 감독의 마음이랄까. 뭐 여기까지.
그리고 이번 경우에는 프로듀서가 의외로(?) 조금(?) 바빠서
일이 쭉쭉 뻗어나가지는 못했다는 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ㅠ)

내가 시와 앨범에서 의도했던 부분은
'시와의 미학'을 최대한 살리는 것.
시와의 떨리는 목소리,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바람소리, 청명함, 하지만 구름, 회색, 청색, 제비꽃색 등등
이런게 최대한 손상없이 앨범에 그대로 담기를 원했다.
그래서 이 앨범에서 편곡에서 가장 중점을 둔 건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가 아니고
무엇을 더 뺄 수 있을까 였다.
또 어떤 노래든 편곡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인
'모든 악기가 전부 제자리에 있는 것'
또한 많이 염두에 두었다.
시와가 평소에 해오던 스타일도 중요했고 또한
시와가 평소에 하지 않았던 스타일도 중요했다.
가장 중요한 건 '모든 악기가 제 자리에'
그리고 '시와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답게 들릴 수 있는 편곡'
고맙게도 시와는 레퍼런스를 1집 [지은]으로 꼽아주었고
나는 다행히도 그걸 만든 사람이라(?) 그런 면에서는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녹음과 믹싱을 맡아주신 블루315의 류기사님 또한
어려운 요구에도 척척 대응해주셔서 얼마나 일이 수월했는지 모른다.
물론 가장 고마운 사람은 지옥훈련(?)을 뚫고 (언덕을 백개쯤 넘게 했다)
앨범을 완성해 낸 시와이다.

내가 시와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음악에 흔들림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잘 모르겠어'라는 말이 주는 미학.
그 말이 주는 위로.
시와의 음악에는 그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가 작업을 시작할 때 내가 했던 말이 있다.
'전형적인 여자 싱어송라이터 음악이 뭐가 나빠'
이제는 진부해져버린 진심, 위로, 소박 이런 말들.
하지만 결국 우리가 바라는 것은 소박한 진심어린 위로.
위에 했던 말 다음에 바로 내가 덧붙인 말이 있다.
'전형적인 여자 싱어송라이터의 앨범을 만들자'
'우리가 존경하는 예전 그 아름다운 앨범들과 같은 걸 만들자'
'사실은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었던 음악을 만들자'

만들었다는 게 아니고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뜻이니
부디 마음을 열고 시와의 세계를 온전히 즐겨주신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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