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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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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3집 인터뷰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3488

선뜻 곡을 만들지 못한 까닭이 뭔가.

=이전에 명확했던 것들이 다 불확실해졌다. 너무 섞여 있어서 한 가지 감정으로 정리가 안되더라. 타이틀곡인 <고작>의 가사가 제일 늦게 나왔는데, 이렇게까지 찌질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도 그런 고민을 하게 되더라. (웃음) 몇년간 오지은이라는 이름으로 음악을 하면서 내가 할 건 다 했다. 1집, 2집은 적나라하게 쪽팔린 줄 모르고 했고, 이젠 쪽팔린 걸 알고 하는 거다. 멋모르고 내지르던 것들을 이제는 알게 됐는데, 그걸 감수하고 하는 게 1, 2집과의 차이다.


-1, 2집에서 보여주었던 오지은의 다크포스는 여전하다. 다들 봄을 노래하는 시기에 이렇게 바닥을 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그게 또 결국 오지은의 경쟁력이지 싶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웃음) 예전이 위로 솟는 분노였다면, 지금은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아서 에너지조차 없는 분위기다. 1집의 <화>나 2집의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모두 너무 사랑해서 그게 오히려 불안한, 사랑이 넘치는 노래다. 이제는 반대다. 가득 채웠던 것들이지만 거품이 꺼지고 지저분하고 미끌거리는 것만 남았다. 어떻게 한 앨범에 이런 것들을 다 넣을까 고민하는 데 4년이 걸렸다. 이제는 내 이야기만 가치있다는 생각을 떨쳤다. 지금은 모두 담는다는 마음이다. ‘오지은과 늑대들’로 활동을 하거나 에세이 <홋카이도 보통열차>를 안 썼어도 이만큼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다.


-1, 2집을 수식하던 앨범명 ≪지은≫을 버린 것도 그 변화의 반영인가.

=오지은의 앨범이라고 하기에 지금은 시점이 바뀌었다. 일기장 같은 앨범에서 떠나, 드디어 싱어송라이터라고 불릴 수 있는 노래가 됐다고나 할까. 한번쯤 스쳐갔던 감정이란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이제 일기가 아니라 소설이 된 거 같다.


-그런 면에서 이전까지가 ‘지은’을 중심으로 한 연애의 관계망, 사적 고백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관계들이 각각의 노래에 담긴다.

=확실히 남에게 관심이 많아졌다. 나이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자연스럽게 그런 마음이 생기더라. <서울살이는>은 서울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 이곳을 사는 사람에 대한 애틋함이 증폭된 것이다. 20대 때 말했다면 가벼운 푸념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나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쓸 수 있겠다 싶더라. <누가 너를 저 높은 곳에 올라가도록 만들었을까>는 지난해 발표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만든 컴필레이션 음반 ≪이야기해 주세요≫에 수록된 곡이었는데, 조금이라도 많은 이들이 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가져왔다. 노동운동가 김진숙 지도위원의 인터뷰를 보고 만들었는데, 정치적인 걸 떠나 높은 곳에 홀로 올라가 애쓰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위로의 의미가 확장됐으면 좋겠다.

-너구리 라면을 좋아하고, 화장품엔 누구보다 일가견이 있으며, 여행도 전문가급이다. 에세이 쓰는 오지은은 정겨운 친구 같다. 음악 하는 오지은과는 다른 사람인 건가.

=에세이를 쓰는 오지은은 누구한테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고, 가수 오지은은 남들에게 못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에게 주어진 테마가 있다면 음악은 내 핵이다. 에세이는 그런 사람이 어떻게든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나무도 심고, 샘도 만들어가는 노력이다. 핵만 있으면 너무 힘들고 불행할 텐데, 에세이와 번역작업을 하면서 일종의 환기를 하게 된다. 스위치를 껐다 켰다를 잘해야 하는데, 잘못했다간 이 마감 저 마감에 치이기 십상일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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