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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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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뮤즈




뮤즈

어릴때 뭐가 계기였는지는 모르겠다만
아마도 로댕과 까미유 끌로델에 대한 영화였던가.
보고 나서 생각했지

'오우 ㅅㅞㅅ'

구체적으로 풀자면
그걸 보고 나는 '저렇게 남자한테 영감주고 결국 털려서 뭐 되는 인생은 살지 말자.'
하는 결심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흘러 틴에이저가 되어
음악가 오빠야들 또는 다른 업종 예술오빠들과
그의 여친들이 함께하는 술자리에 자주 있게 되었는데
그의 여친들은 언제나 행복하고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옆에 있었으나
가만 보면 그 얼굴이 계속 바뀌는 것이다.
흠 행복하고도 덧없는 자리.
그 득의양양한 표정과 대비되어 그게 더욱 슬퍼보였다.
뮤즈에 영감 받아 뭔가를 만들어내는 (많이 받든 적게 받든) 그
남자는 계속 그 술자리에 있는데 말이다.

그노무 뮤즈. 과산화수소같다고 생각했다.
화학작용을 도와주는 것이지,
결코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A와 B의 사이로는 들어갈 수 없고
결과물과도 어떠한 연결고리가 없는.
화려한 기포처럼 화려한 자리.

영감을 준다는 달콤한 자리지만
사실 대체 가능한.
자신은 결코 주체가 될 수 없는 슬프기도 한 자리.

그게 나한테 어떤 종류의 위기감을 줘서
흠 나는 그냥...내가 만들지 뭐...했던건지
이눔아! 그렇게 만드는게 아니잖아! 차라리 내가 할께 비켜! 했던건지
그거랑 상관없이 나는 그냥 만드는 측의 사람이라 만드는 건지
나조차 알 수 없지만.

아니면 단순히 그닥 뮤즈감이 아니었던걸지도. 와하하!

근데 최근에 말이지
'뮤즈'라는 걸 부럽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
그냥 단순히 와 부럽다~ 하고.

누가 나한테 영감을 받아서 뭘 만들다니 와아~
난 그냥 이쁘게 매력적으로 고양이처럼 (꼭 고양이더라...쳇)
앙콤하게 앉아있기만하면 되는거야?
그럼 누가 취한듯이 쳐다보면서 뭐 막 만드는거야?
와아~ 부럽다~ 굉장히 그 사람한테 필요한 존재가 되는거네~ 와아~

하다가

아...이건 내가 택한 길이지 하고 정신이 퍼뜩 들었다.
뽀대 안나고 억척스러보이고 수완가라는 소리나 듣고 있어도
이건 내가 택한 길이지...하고 퍼뜩하고.
퍼뜩퍼뜩.

땀냄새 나고 먼지 날려도
내가 주체인게 좋은가봐.
잘되도 내 팔자 내 책임, 망해도 내 팔자 내 책임
좋든 나쁘든 내 얘기인게 좋은가봐.
과소 평가 당하긴 싫지만, 과대 평가 당하기도 싫어.

취향인건지
팔자인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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