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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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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08_ppeongka.jpg (83.1 KB), Download : 12
006. 뻥카





뻥카


어떤 좀 알려진 사진을 보고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흠 별론데'
하고 생각한다거나,

어떤 좀 알려진 소설을 읽고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흠 별론데'
하고 생각한다거나,

어떤 좀 알려진 그림을 보고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흠 별론데'
하고 생각한다거나,

그런 경우에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서도
(단순히 취향에 맞지 않는다던가, 보는 사람의 컨디션이 별로라던가 등등)
그 이유중 하나는

작자가 '뻥카'를 치고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흠...이게 적당할까. '멋있는 척'
멋있는게 아니고 멋있는 척.
이쁜게 아니고 이쁜 척.
착한게 아니고 착한 척.

악! 난 척이 싫어!

다른 분야는 사실, 뻥카...가 아닐까? 하는 심증이 있어도 확신은 잘 못 세우는데
음악을 하는 동종업계 종사자의 입장에서 다른 뮤지션의 음악을 듣거나 무대를 봤을때
'윽 저건 뻥카다' 싶은 때가 있다.

뭐 그건 멜로디가 될 수도 가사가 될 수도 무대에서의 행동이 될 수도
더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다. 인생관까지.
여하튼 저 사람의 무언가가 아닌
저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해서 가져온 걸 덧씌운 그런...

아마도 자신도 뻥치려고 한건 아닐테지만 본인도 그 경계를 어느샌가 모르게 되어서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양하고 있는...의식과 무의식이 뒤죽박죽이 되는...
음 역시 말이 꼬이네. 잘 모르겠다 역시 심증뿐. 말로 하긴 너무 어렵지뭡니까.

그래서 혼자 몰래 소심히 '흠 저건 아무래도 뻥카같은데...'하고 생각하다가
우연히 다른 동종업계 종사자도 '저 사람 뻥카잖아'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아! 심증만이 아니었군! 뭔가가 역시 뻥의 냄새를 풍기는거야!'
하고 묘하게 안도. 그러다가
내가 신뢰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다는 걸 알게 되면  
'너는 지금 뻥카로다!'하고 판정까지 내린다. 물론 마음속으로. 혼자. 소심히.

너무 얘기를 빙빙 돌렸나. 예를 한번 들어보자면 요런 상황입니다.

(100% 지금 지어 낸 픽션)

어떤 뮤지션이 음 노래를 하다가 갑자기 기타를 모니터에 막 쳐서
박살을 내고 무대 아래로 걸어내려갔다...치면...
'우왕 님 카리스마 작살' 이렇게 볼 수도 있으나 사실은
그 뮤지션은 단지 얼마전에 본 무슨 디비디의 그런 장면에 꽂혀서
내심 몰래 '훗 다음 공연 때 그거 해야지' 하고 타이밍 보고 있었다거나...

구리잖아ㅠ 그런거 구리잖아ㅠ 아니야? 만족해?

여튼 난 관객의 입장에서
좀 더 뭐랄까 이젠 식상해진 단어지만 그래도 진정성 있는 행동이 보고 싶거든요.
왜 너는 기타를 박살내야 하는가 (관객앞에서, 무대위에서) 를 좀 더 캐묻고 싶거든요.
화를 내기 위해 화를 내는 게 아니고
화가 나서 화를 내는 그런 게 보고 싶거든요. 분노를 위한 분노는 싫어요.
어렴풋한 락의 공기를 주워다가 몸에 휘두르는게 아닌
심장에서 락의 공기가 폴폴 풍겨나왔으면 좋겠거든요. 맥박에 따라.
그래서 감출수 없는...그런 것. 지니고 있으려 애쓰는 게 아니고
지우려고 해도 지울 수 없는 그런 오리지널리티. 아 말이 기니까 구려지네.

뭐 여튼,
다시 얘기로 돌아와서,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뻥카라고 생각하고 있던 사람에 대해 어떤 리스너가
'저 뮤지션은 천재인 것 같아요! 감동!' 이렇게 평해놓는다던지 그러면
아...결국 이런 것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음악이야 들어서 좋으면 장땡이지.
보고 멋있다 싶고 기분 좋고 그럼 장땡이지.
어찌 만들어졌건 내 마음에 보슬비가 되어 내리면 최고의 경지이나...
배만 부르면 장땡이 아니듯,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왜냐면 저건 뻥카니까...

하지만 결국
무대과 관객이란건, 뮤지션과 리스너라는건, 음악산업과 대중이라는건,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 슬퍼.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난 그다지 감화받고 싶지 않은 사실,
'이미지'가 산업에서 대부분의 것을 결정한다는 것.
실제로 그것이 있느냐 아니냐, 존재하냐 아니냐, 보다
있어보이느냐 아니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

그래서 속은 비어도 있어보이면 히어로고
속은 차있어도 포장을 잘 못하면 찌질이.

평론가들이 구분까지는 안해주더라도
포장을 잘 못해서 빛 못보는 사람들이라도 빛 비춰줘야 되는 거 아닌가.
평론가님들, 주는 씨디만 듣지 마시고,
발로 뛰어서 음악 좀 들으세요. 글도 많이 좀 쓰세요. 직업이시잖아요.

하다못해 직장에서도
처세 잘하면 유능사원이고 처세 못하면 무능사원인데 뮤직비지니스가 오죽하겠는가.
물론 이런 거대 담론 이후의 결론은 '나나 잘하자X100'입니다.
아아 들려...'니나 잘해 XX'이런 함성이...알았어 얘들아 잘할께.

뭐 여튼
내가 뻥카를 안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건...

들키면 쪽팔리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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